30여년간 수행하듯 그린 단색화…붓질끝에 만난 참선의 진리

입력 2022-04-05 16:57   수정 2022-04-06 00:18

‘수행’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사조인 단색화를 설명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다.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고요해진 내면을 화폭에 표현하는 과정이 승려의 수행과 비슷하다는 뜻에서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이 강원 강릉시에 있는 능가사 주지인 법관 스님(65)에게는 비유가 아닌, 현실이다. 지난 30여 년간 수행을 위해 선화(禪畵: 부처의 정신과 화두가 담긴 선종미술의 한 형태)를 그려온 화가이기 때문이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법관 개인전 ‘선禪2022’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제작한 ‘선’ 연작 42점과 직접 빚은 다완, 족자 그림 등을 선보이는 전시다. 윤진섭 평론가는 “반복을 핵심 요소로 삼는 단색화와 명상과 참선을 통해 진리를 찾는 수행은 일맥상통한다”며 “수행의 방법으로 그림 그리기를 택한 법관이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법관의 작업은 노동집약적이다. 먼저 젯소를 3~5번 칠한 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적게는 여덟 번, 많게는 열두 번 칠한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붓질이 자연스럽게 중복되며 선과 점, 면이 생긴다. 작업 도중 저절로 떠오르는 점들은 자연스러운 생동감을 연출한다.

작가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수십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매일 15시간 이상 그림만 그렸다”며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그림이 나왔지만 수행이 쌓이면서 내면이 고요해지고 작품에 군더더기도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신작 대부분은 같은 계열 색으로 채운 단색화다. 단순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찬찬히 뜯어보면 복잡하고 오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작품들이다. 여러 번 겹쳐진 획이 구현해내는 화면의 깊이, 고요 속에 느껴지는 외유내강의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전시는 5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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